청계천 노동자들과 전태일_ 우리 형

2019. 7. 21. 15:23독서 하다

전태일 관련 책을 초등학생 친구들과 스터디 했고, 그때 교재로 읽은 책이다. 같이 있는 누나의 북스터디로 인터뷰 하기, 토의 토론 하기 등 으로 초등학생5,6학년 친구들이 지치지 않고 함께 독서 완독할 수 있었다.

전태일은 진정 우리 모두에 장남이었고, 진정 우리 형과 같은 삶을 살았다. 그는 젊었고, 혈기 왕성했으나, 책임을 진 어깨에 무게에 지쳤고, 배고픔에 점점 헬쑥해갔다. 그가 외쳤던 근로기준법 준수는 당시에는 관행적으로 말도 안되는 것이었지만, 우리 부모 세대, 나의 세대에서 점점 상식이 되어가고 있다.

그가 주장했던 하루11시간 노동, 일주일에 한번은 쉬게하라는 주장은 이제 오히려 사업주들이 하루 8시간 노동을 독려하기도 하는 것을 보면 참 세상이 변해가고 있음을 느낀다.

책을 읽고 아이들과 각자 전태일에게 편지를 썼다. 내가쓴 편지를 옮겼다.

태일이 형,

형이 우리 곁에서 살았던 22년의 시간은 참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한 시간이에요. 형에겐 그 시간이 많이 힘들고, 배고프기도 많이 했어요.
많은 아저씨들은 성공해서 떵떵 거리며 살면서, 부하 직원을 마음껏 부리는 것을 자랑으로 삼기도 하는데, 형은 달랐어요. 형은 혼자 잘 살겠다고, 공부하고 일하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어린 견습공들의 배고픔, 힘듦을 아파해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이 견습공들이 우리 이웃의 누나이며, 이모이며, 엄마이며, 우리 가족이에요.
형이 버스비를 털어서 사준 풀방, 형도 피곤한데, 몇일 밤새서 힘들어하는 견습공을 일찍 집에 보내고 형이 일을 도와주었어요. 사장은 버릇나빠지게 굴었다고 재단사 답지 않게 견습공 편든다고 형을 미워했지만, 형의 그 도움이 어린 견습공들에게 큰 위로였을거에요.
형의 죽음이 너무 슬프고 안타까워요. 그럴 수 밖에 없었나 싶은 너무 가슴 아픈 죽음 앞에서, 사실 전 형의 죽음 외에는 형을 알지 못했어요. 형의 그 죽음은 지금 내가 사회생활을 해보니 결국 저의 삶을 좀 더 사람답게 살게 해주었네요.
형이 죽기로 결정하기 직전까지도 어떻게든 살아서 해결해보려고 했던 그 몸부림을 알게 되었어요. 밤이 새도록 고민하고, 친구들에게 함께 하자고 독려하고, 노동청에도 가보고, 근로감독관에게도 가보고, 방송사 PD에게도 가보고, 신문기자에게도 가보았지요. 도와달라고, 관심 가져달라고, 법을 지키지 않는 자들에게 가서 법을 준수하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정말 혼자서 지치지도 않고 많은 것을 했어요. 형이 근로기준법 책을 읽는 열정을 보면서 내가 공부하는 자세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반성하게 되네요.
형! 나도 내가 편하고 따뜻한 밥 먹는 것에만 관심을 두지 않고, 내 주변에 있은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며 살게요. 형도 포기하지 않았으니 나도 어떤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끈기있게 당당하게 살아갈게요. 고마워요.

이만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