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 기르기 31일차
수염을 기르기 시작한지 31일차가 되었다. 대학교를 다니면서부터 매일 면도를 했기 때문에, 수염을 진득하게 길러보고 싶다는 마음이 매번 있었다. 시도를 안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교때는 군대 다녀와서 한번,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는 휴가 기간에 매번 길렀으나, 주변 사람들의 혹독한 평가와 왠지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런 비난을 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중도에 포기했었다.
이번에 자체 신기록을 세우며 수염을 기를 수 있게 된 것은 어떤 계기도 없었다. 회사 야유회 때 면도를 안하고 하루를 보낸 후 주말에 깍지 않았다. 그리고 월요일에 어떤 똘끼가 생겨서 그대로 출근했고, 회사 사람들이 수염기르냐고 몇명 물러보길래 한번 길러본다고 이야기하면서 쭉 이어졌다.
수염을 기르기 시작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내 수염에 당황했다. 처음에는 아내가 싫어하지 않느냐며, 회사에서 별 이야기 없냐며, 평균을 벗어난 일탈에 대해서 말 한마디 더했다. 아내도 별 반대가 없었고, 회사에서도 임원들이 별 이야기없었다. 본인이 불편하니 아내와 회사 상사의 핑계를 대면서 말을 한 거 같기도 하다.
수염을 기르니까 사람들이 나를 볼 떄 수염을 보는 것 같아서 신경이 쓰이기도 하다. 그래도 밋밋했던 얼굴에 포인트가 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에 들고 자유로운 사람이 된 것 같아 좋다.
가끔 생각할때 수염을 만지면서 생각에 빠지게 된다. 그럴 때 마다 사극에서 임금이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생각하던 모습이 떠올라서 나도 그런 마음이 이해가 되는 것 같다.
이제 한달이 지나니 수염이 중구난방으로 자라는 곳이 생긴다. 수염이 자라는 속도가 위치마다 제각각이어서 균일하지 못하다. 좀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 같다.
목표는 추석전까지 수염을 기르는 것이다. 잘 길러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