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하다

옥상텃밭 6월 19일 오후

늦은봄비 2018. 6. 19. 22:45

작년에 대학로에서 씨를 나눠주는 행사가 있었는데, 

어떤 분께 선비잡이 콩을 받았었어요. 

선비잡이 콩은, 초록색바탕에 검은색 먹물이 스며든것 같은 이쁜 콩이에요. 


위에 사진은 작년에 처음 키웠을때 찍었던 사진인데,  

잘 신경써주지도 못했고, 가지를 쳐주거나 물을 제때 주지도 못하고 잡초처럼 키웠었지요.

그런데도 열매를 맺었고, 많은 씨앗을 남겼어요.


작년에 수확했던 콩을 보관해놨던 사진이에요. 

올해 다시 심어보려고 꺼내봤는데, 꽤 많은 씨앗이 있었지요.



그 중에 가장 튼튼하고 알맹이가 꽉 찬 씨앗 9개를 추렸어요.


텃박상자에다가 심으려고 흙을 담고 준비했지요. 

몇개를 심을까 한참을 고민했어요. 

싹이 안날수도 있으니까 9개 다 심을까, 

싹이 다 나버리면 9개로는 너무 비좁은 상자여서 

다 날꺼라고 믿고 3개만 심을까, 고민하다가

3개다 날꺼라고 믿고 세개의 구멍에다가 씨앗을 잘 심어두었어요.


씨앗이 언제 나나 매일 들락날락 했어요, 

그간 비도 많이오고 해서 씨가 썩었을라나, 

너무 깊게 심어 놓은건 아니었나, 불안불안했지요.


한 5일이 지나니깐

드 디 어 싹이 났답니다.


얼굴을 빼곰 치켜두는 선비잡이 콩의 떡잎을 보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어요 :)


이 새싹들은 세 친구 다 났답니다. 

얼마나 대견하던지요. 



그리고 하루 지나고 오늘 아침에는 

아내가 옥상에 올라갔더니 

머리를 세웠다고 좋아하더라고요. 

너무 귀엽다고...



그래서 퇴근하고 나서 저녁에

후다닥 옥상에 올라갔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더라고요. 


어두워서 내가 못찼나 했는데, 

가장 오른쪽 새싹 하나가 없는거에요...


그래서 얼릉 밑으로 내려와서 랜턴을 들고 다시 올라왔지요.

그랬더니 오른쪽 새싹은 여기저기 줄기까지 뽑혀서 널부러져 있지모에요.ㅠㅠ

처참한 현장.....

널부러진 새싹들을 정리해서 위에다가 모아놨어요.



랜턴을 비쳐보니까, 

한새싹만 피해를 본게 아니라,

다른 새싹들의 떡잎도 죄따 뜯겨 있었어요.ㅠㅠㅠ

자세히 보시면, 떡잎이 뜯겨 있어요..ㅠ

옥상 한 귀퉁이에 새똥의 흔적을 보고 직감했어요.

새의 소행이구나,,,,

새가 콩의 떡잎을 보고 먹었나봐요.


여기저기 널부러진 떡잎들을 한 곳에 모아놨어요..ㅠㅠ

 

희망과 즐거움으로 시작해서 

가슴아픔으로 끝이났네요..ㅠ

이 친구들이 떡잎이 상했는데, 잘 자랄수 있을지 모르겟어요..


몇일 더 지켜보려고 해요.

이 친구들이 힘을 내도록 잔뜩 응원해주고 오겠습니다...